버티는 대신, 멀리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웹에이전시에서 내비게이션 GUI를 총괄하며 웹의 세계로 입문하였고, 그 이후에는 웹을 더 알고 싶어 새롭게 공부해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돌아보면 제 일은 늘 '화면'과 함께였습니다. 종이 화면에서 진화해 사람들이 매일 보고, 누르고, 길을 찾는 모니터 화면을 설계하고, 그 화면을 직접 코드로 구현하는 일이었죠.
버튼 하나의 위치, 글자 하나의 크기에도 이유가 있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되고, 더 보기 좋고, 더 정확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래된 지인의 부탁으로 그래픽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느낀 것
솔직히 말하면, 그곳의 시간은 과거에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쓰는 도구도, 일하는 방식도, 일을 대하는 생각도요. 바깥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그 안에서는 멈춰진 느낌이었어요.
디자인은 제가 가장 잘했던 분야라 정말 쉬웠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그런데 점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세상은 너무 빠른데 다시 과거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그 질문이 매일 조금씩 들더라고요. 왕복 2시간의 출퇴근 거리도 몸을 점점 힘들게 했어요. 그래서 저는 결국 용기 내어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차라리 이미 맛본 미래 세상을 더 알아 가고 건강도 챙기자!"라고요.
처음엔 살짝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매일 가던 곳이 사라지고, 당연하게 하던 일이 사라지니 하루가 너무 길었어요. 그냥 버틸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시간을 곱씹을수록, 마음속에 다른 질문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 내가 거기서 버텼다면,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었을까?
답은 "아니다!"였습니다. 지금 버티는 것보다, 멀리 보는 게 더 중요하다!
AI와 함께,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공허함을 뒤로하고 방향을 찾기로 했습니다. "AI를 공부하자"로 말이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이브 코딩 공부입니다. AI에게 만들고 싶은 것을 설명하고, 함께 코드를 만들고, 막히면 다시 묻고 고쳐 가는 방식이죠.
이렇게만 쓰면 "말만 하면 AI가 알아서 다 만들어 준다"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습니다. 코드를 쓰기 전에 먼저 작업 환경을 직접 갖춰야 하고, 오류가 나면 그 메시지를 읽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방향성이 명확해야 하고, 정확한 프롬프트를 전달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경험치와의 싸움이더라고요. 바이브 코딩의 기본 셋팅을 보여 드리면 이렇습니다.
⚙️ 바이브 코딩 기본 셋팅 (Windows · cmd 기준)
STEP 1 · Node.js 설치 후 확인
nodejs.org에서 LTS 버전을 설치하고, cmd에서 제대로 설치됐는지 버전을 확인합니다.
> node -v > npm -v
STEP 2 · Git 설치와 내 정보 연결
작업 기록을 남기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Git을 설치하고, 작성자 정보를 등록합니다.
> git --version > git config --global user.name "내 이름" > git config --global user.email "내 이메일"
STEP 3 · 프로젝트 폴더 만들고 버전 관리 시작
> mkdir my-site > cd my-site > git init
STEP 4 · AI 코딩 도구 설치하고 실행
프로젝트 폴더 안에서 AI를 불러내 대화하며 코드를 함께 만듭니다.
> npm install -g @anthropic-ai/claude-code > claude
STEP 5 · 작업 저장(커밋)하고 GitHub에 올리기
GitHub 저장소를 연결해 두면, 작업이 꼬여도 언제든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 git add . > git commit -m "첫 화면 완성" > git push
몇 줄 안 되는 명령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과정에서 경로 오류나 권한 문제, 버전 충돌 같은 벽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AI가 해결책을 제안해 주긴 하지만, 그 답이 정말 맞는지, 지금 고친 구조가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들지는 않을지 판단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디자이너로,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화면과 코드를 직접 다뤄 본 시간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AI는 기꺼이 손을 빌려주지만,
방향을 정하고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렇게 하나씩 부딪혀 가며, 예전에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묻어 두었던 웹사이트를 마침내 완성했습니다. 마지막 화면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걸 확인한 순간, 사이트 하나를 끝냈다는 기쁨보다 더 큰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오랫동안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무언가가 제 안에서도 함께 완성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아, AI와 함께라면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더 나은 걸 만들 수 있겠구나.
디자인을 알고, 화면을 설계하고, 그 화면을 직접 구현해 본 경험. 혼자서는 시간과 손이 부족해 다 펼치지 못했던 그 경험들이 AI를 만나니 전혀 다른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걸 봤습니다. 혼자지만 작은 팀처럼 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그때 처음으로 엿봤습니다.
그리고 이 희망을 품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본 결과물도 생겼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장충동 태극당을 직접 다녀와 AI와 함께 하나의 콘텐츠로 엮어 낸 작업인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따로 자세히 보여 드리겠습니다.
첫날부터 수업료를 냈습니다
희망을 품고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첫날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왕 시작하는 거 '제대로 된 블로그'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goldpinenote.com이라는 도메인을 사고,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워드프레스 호스팅까지 신청했습니다. 워드프레스를 설치하고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미지 최적화 플러그인까지 설치했을 때는 꽤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진행할수록 비용이 계속 따라붙었습니다. 매달 나가는 호스팅비가 있었고, 방문자에게 '안전한 사이트'로 보이려면 보안 인증서(SSL)도 따로 구매해야 했습니다. 문득 멈춰서 1년 치를 계산해 봤더니 약 19만 원이 나왔습니다. 아직 글 한 편 올리지 않은 블로그를 유지하는 데에만 1년에 19만 원이 드는 셈이었죠.
고민 끝에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미 산 도메인은 그대로 살리고, 블로그는 무료인 구글 블로거에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1년에 드는 비용은 도메인값 약 2만 6천 원이면 충분했습니다.
이미 결제한 호스팅을 해지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해지 버튼을 누르면 화면은 끝없이 로딩만 반복했고, 문의 창구도 막혀 있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결국 전화를 걸어서야 해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날 쓴 돈이 4만 원 남짓입니다. 솔직히 아까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앞으로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교훈 하나를 확실하게 얻었습니다.
💡 오늘의 교훈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1년 동안 드는 전체 비용부터 계산할 것.
여전히 두렵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작은 했지만, 솔직히 두려운 게 많습니다.
아직 이 일로 단 한 번도 수익을 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아직은 막연합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입니다. 안정적인 회사를 나와 혼자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몸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도전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엔 되더라
그래서 그냥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만들고 기록하는 힘을 믿어 보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하고 싶은 것
이 블로그의 이름은 Gold Pine Note입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제 속도에 맞춰 이런 기록을 쌓아 가고 싶습니다.
01
만들고 기록하기
AI와 함께 만든 것들과 그 과정을 남깁니다. 잘된 것도, 잘 안 된 것도 있는 그대로요.
02
배운 것 나누기
부딪히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둡니다. 저처럼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03
천천히, 꾸준히
완벽하게보다 계속하는 쪽을 택하려고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공한 이야기만 가득한 기록보다, 시행착오까지 솔직하게 담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더 쓸모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기록이 있었다면, 첫날의 4만 원을 아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오늘을 기록해 둡니다
지금 이 블로그에는 이 글 하나뿐입니다. 방문자도 아직은 없지만,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때 공허함을 지나 다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 오늘이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떠올릴 수 있도록 즐겁게 해 보려 합니다.
혹시 저처럼 익숙한 곳을 떠나 혼자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분이 있다면, 이 기록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제가 먼저 부딪혀 보고, 그 여정을 기록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NEXT · 한 번의 방문이 콘텐츠가 되기까지 — AI와 함께 만든 태극당 이야기

댓글
댓글 쓰기